1674년 벨기에 출신의 중국 예수회 선교사인 페르비스트(Ferdinand Verbiest, 중국명: 남회인 南懷仁, 1623~1688)가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본 지도를 그대로 모사한 지도이다. 현재 한국에는 <곤여전도>가 10여 본 전하고 있으며, 이 중 단 2점만이 1674년에 제작된 북경판 <곤여전도>이다. 부산박물관 소장 <곤여전도>는 이 북경판 지도를 모사한 것으로 인쇄본이 아닌 필사본으로는 세계 유일본이다. <곤여전도>는 총 14개의 주기와 세계 지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각 주기의 글은 각기 모양이 다른 프레임 안에 단정한 해서(楷書)로 적혀 있으며, 그 글들은 모두 페르비스트가 1672년에 저술한 『곤여도설(坤與圖說)』에 수록된 것이다. 이들 주기에는 지진, 파도, 바람, 구름, 비 등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들이 서양의 과학적 지식에 의거 설명되어 있고, 지구가 ‘구(球: 둥글다)’라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곤여전도>에는 두 개의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동반구와 서반구의 지도가 각각 그려져 있다. 지도에는 지명 외에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자원,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담은 짧은 글들이 해당 지역 근처에 적혀 있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표현된 남극대륙 안에는 코뿔소, 낙타, 도룡뇽, 악어, 기린, 타조, 유니콘, 비어(飛魚), 칠면조 등 여러 대륙에 사는 실제 동물 및 상상의 동물들이 자세하게 그려졌으며, 바다 곳곳에는 고래, 해마, 인어(人魚) 등의 바다 동물과 항해하는 선박들이 도해되었다. 이 중 동물들의 도상은 스위스의 박물학자이자 서지학자인 게스너(Konrad von Gesner, 1516~1565)의 『동물지(動物誌): Historiae Animalium』의 삽도가 참조되었다.
부산박물관 소장 <곤여전도>에는 그 제작지 및 제작시기 등을 알려주는 기록이 없다. 그러나 이 지도의 뒷면에 조선시대 문서가 배접지로 사용된 점, 주기에 쓰인 글씨체가 조선후기 문서류에서 확인되는 점 등으로 미루어 그 제작지는 조선이며, 해당 서체가 유행한 시기를 추적했을 때 그 제작 시기는 18세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조선에서 모사 작업이 이루어진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의 사례를 적용했을 때, 이 지도는 관상감(觀象監: 조선시대 천문, 지리학 등의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에서 원본 지도의 낙실, 파손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 궁중 화원 및 사자관 등을 동원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규격 : 369cm × 16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