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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동래부사 정언섭, 300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오다!

부서명
유물관리팀
전화번호
051-610-7134
작성자
이근영
작성일
2022-07-18
조회수
3114
내용

동래부사 정언섭, 300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오다! 

 

◈ 정언섭의 9대손 정한식 씨, 정언섭 등 선조들의 필적과 교지첩 등 고문서 55점 부산시립박물관 기증

◈ <교지첩>, <영은어제>. <어제상훈>은 중앙관료로서 정언섭의 활동과 영조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유물

◈ 8대 약 250년에 걸친 동래정씨 정자공파 문중 가족 간의 한문과 한글 편지는 학술적 연구 가치 높아

 

  부산시립박물관은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정한식 씨(1952년생, 정언섭의 9대손)로부터 동래부사 정언섭과 그의 가문과 관련된 고문서 55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정언섭(鄭彦燮, 1686~1749)은 1730년부터 1733년까지 동래부사(東萊府使)를 역임한 조선후기 문신이다. 재임 중 동래읍성(부산광역시 기념물 제5호)의 성공적인 개축으로 영조의 신임을 얻어 중앙관료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동래읍성은 임진왜란이 끝난 이후 140년 동안 방치됐다가 동래부사로 부임한 정언섭에 의해 1731년 개축됐으며, 개축된 모습이 현재도 그대로 남아있다. 읍성 개축에는 동래부의 독자 재원이 투입됐고, 정언섭은 개축 공사를 시작한 지 200여 일 만에 조기 완공했다. 이러한 성과로 정언섭은 영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으며, 이후 충청도 관찰사, 승정원 도승지, 병조․호조․예조참판 등 중요 직책을 역임했다.

 

  현재에도 부산 곳곳에 정언섭의 자취가 다수 남아있다. 임진왜란 순절자들의 유해를 모아 조성한 ‘임진동래의총(壬辰東萊義塚)(부산광역시 기념물 제13호)’과 ‘내주축성비(萊州築城碑)(부산광역시 기념물 제16호)’, 동래향교의 ‘흥학문화거사비(興學文化去思碑)’, 화지공원의 ‘정묘비(鄭墓碑)’ 등이 유명하다.

 

  이번에 박물관이 기증받은 유물은 교지첩(敎旨帖)*, 시문집 및 편지글을 모은 필적, 사창절목(社倉節目), 동래정씨족보 등 55점이다. 특히, 기증유물 가운데 <교지첩(敎旨帖)>과 영조가 지은 시가 수록된 <영은어제(迎恩御製)>, 영조가 정언섭에게 하사한 <어제상훈(御製常訓)>은 그의 인생과 중앙에서의 활동 상황 그리고 영조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중요 유물이다.

 

  * 교지(敎旨): 조선시대 국왕의 명령 및 의중을 담은 언사, 또는 국왕이 관직 등을 내리는 문서

 

  <교지첩>은 총 3권으로 정언섭이 1717년 생원시 합격 교지부터 1747년 승정원 도승지 임명 교지까지 총 185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정언섭을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에서 종2품 가선대부(嘉善大夫)로 품계를 올린다는 내용의 교지에는 정언섭이 동래읍성을 개축한 공적을 높이 산 점이 기록되어 있다. 또, 영조가 정언섭에게 내린 유서(諭書)*에는 동래읍성을 견고하게 개축한 정언섭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말 한 필을 내린다는 내용도 살펴볼 수 있다.

 

  * 유서(諭書): 관찰사, 절도사, 방어사 들이 부임할 때 임금이 내리던 명령서

 

  또한, 기증유물 가운데 <금호상원시첩(錦湖上元詩帖)>과 <호암당비명(虎巖堂碑銘)>에서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정언섭의 실제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유물에서 보이는 정언섭의 미불(米芾)*풍 초서체와 한호(韓濩)**풍의 해서체는 유려해 정언섭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미불(米芾): 중국 북송의 서화가. 미법산수(米法山水)라고 하는 산수화법을 창시하여 문인화 성립에 영향을 끼쳤다. 조선 후기에 명․청 서예의 영향으로 미불의 서예가 유행하였다.

 ** 한호(韓濩): 한석봉(韓石峯, 1543 ~ 1605)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석봉체(石峰體)라는 특유의 서체를 완성한 조선중기 대표적인 서예가이다. 17세기에 왕희지체의 조선화를 의미하는 석봉체 해서가 유행하였다.

 

  이외에도 정언섭의 손자 정양선이 18세기 후반 의금부에 재직할 당시 받은 금오계회도(金吾契會圖) 2점과 정언섭 가문의 8대가 약 250여 년(16~19세기)에 걸쳐 쓴 동래정씨 정자공파 문중 가족 간의 편지글을 모아 제본한 11책의 서첩도 기증유물 중 하나다. 편지글은 한문과 한글로 쓰여 있으며, 조선 후기 친족관계와 사회상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다른 기증유물과 마찬가지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기증자인 정한식 씨가 부산시립박물관에 소장 유물을 기증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정언섭의 9대손인 정한식 씨는 지난 4월 동래구 금강공원 내 정언섭이 세운 ‘임진동래의총(壬辰東萊義塚)’을 방문했다. 정한식 씨는 방문 당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정언섭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배어 있는 설명을 듣고 큰 감동을 했으며, 부산시가 정언섭의 업적을 가장 잘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자택에서 보관 중이던 고문서 전체를 부산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 관장은 “동래읍성을 개축해 큰 공을 세운 동래부사 정언섭의 유물이 부산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보존처리와 연구를 거친 후 시민들에게 기증유물들을 공개할 예정이다”라며, “특히, 고문서 국역 과 해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동래부사 정언섭’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